어린 시절은 지루했다.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은 엄격했고, 잠시 살았던 시골 동네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윗동네에 있는 반달곰농장에서 반달곰이 탈출해 학교가 휴교 되었던 것, 홍수가 났는데 겁도 없이 개천에서 장화를 신고 친구들과 놀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 지루한 시간을 빗겨갈 수 있는 장소는 나의 책상 밑 작은 공간 뿐 이었다. 열 살의 나는 생각이 많았다. 어른의 눈으로 다시 봐도 난 너무 생각이 많았다. 아빠가 어딘가에 서 주워온 철제 사무용 책상 아래에서 난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아침에 대해 생각했고, 점심에 대해 생각했고, 밤에 대해 생각했고, 엄마에 대해 생각했고, 음식에 대해, 사랑에 대해, 아픔에 대해, 죽음에 대해, 태어남에 대해, 욕에 대해, 친구에 대해, 사랑에 대해, 악몽에 대해 생각했다. 떠오르는 것들은 모조리 잡아 생각이라는 틀에 넣고 몇 날 며칠을 곱씹곤 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고, 굉장히 어두웠던 아이였지만 IMF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바빴던 부모님 덕에 나의 비정상적인 상태는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노는 재미도 없고, 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