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만든다라? 그 일 참 지루하고 고단하겠네. 라고 단정지었던 초반 생각과는 달리 사전을 거의 완성해 가는 단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쥘 정도로 이 사람들의 ‘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고 흥미진진 했다. 배를 엮다는, ‘사전’ 이라는 배를 편집하고 있는 성실하게 그지 없는 ‘마지메’를 중심으로 아날로그적 가치와 감성을 건드리며 현대 사회에서 스치고 지나갈 법한 세세한 일의 방식까지도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요즈음은 포탈 사전, 모바일 앱 등으로 몇 번의 타이핑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척척 찾아 보여주는 스마트한 세상이지만 모두 어릴 적 기억엔 얇은 사전 종이를 넘기며 손가락으로 아래 위를 훑으며 깨알 같은 단어를 찾아 밑줄을 그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배를 엮다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종이사전을 대표하여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 기억해야 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다. 주인공 마지메는 지나치게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한 가지에 파고 드는 집중력이 무서울 정도여서 원래 속해 있던 부서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어둠의 세계에 있던 사람이었다. 사전 편찬에 적임인 후임을 찾기 위한 사수의 눈에 띄기 전의 마지메는 매일 아침 출근 길 지옥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