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남자들의 이야기는 숱하게 읽어봤지만, 오로지 남자의 시선과 감정을 담은 여자 이야기 묶음집은 처음인 듯 싶다. 그것도 한 여자가 아닌 저마다 경험한 여러명의 여자에 대한 진지하고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 감정과 기억에 대한 속내는. 이들은 모두 혼자다. 여자를 잃고 난 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화려한, 좋았던, 혹은 나빴던 순간과 존재하던 순간을 겪고 난 후의 감정은 당시보다 더 솔직하고 때론 차갑고 뜨겁다. 정말 오래, 깊이 남는 기억은 그 당시의 감정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여운으로 자리한다. 여자를 잃은 남자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롭고 진지했다. 뜨거운 커피를 한잔씩 두고 조근조근, 눈은 허공을 향하며 그 때의 기억을 더듬는 말투로 내게 직접 이야기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들이 뱉는 퍼즐에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는 자리였겠지. 그저 듣는 것이 최선인. 잃을 것을 예감한 이에게 닥친 실제의 상황은 상상보다 더 큰 공허함과 슬픔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셰에라자드’와 ‘기노’가 좋았다. – [본문 ‘셰에라자드’ 중] “어쨌든 학교 졸업하고 나니까 어느샌가 그를 잊어버렸더라. 스스로도 신기할만큼 깨끗이. 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