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됐는데, 이제 뭘하고 살아야 하나. 다른 생각 하나도 안하고 논문을 완성하고 난 다음에 문득 허기처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그러다가 에잇, 책이나 읽자, 싶어 골라든 책이 바로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소설가의 수는 예나 지금이나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건 소설가의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일이 뭐냐고? 저자는 말한다. ‘쓰는 것’이라고.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p19 단순하고 쉽게 느껴지는 ‘쓰기’라는 두 글자 속에 얼마나 많은 울분, 두려움, 고통이 들어있는지 작문과제 제출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소설가 지망생들은 생각한다. 언젠가, 한가한 때가 오면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 글 잘 쓰는 사람이 내 얘길 쓰면 책이 몇 권은 될 텐데. 그러나 거지같이 쓰더라도 나의 쓰기는 나의 몫이다. 내 인생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로 처음부터 잘 살겠나? 소설을 쓰는 일은 ‘인생이라는 게 원래 뭐 그따위’라는 사실을 깊이 […]